사직 전공의들 복귀해야 해체 원칙론…의료계, 정권 교체 '무색'
이재명 정부 출범 2개월 차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와 경제 등 정책 방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전 정부에서 출범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여전히 가동 중에 있어 새 정부 정책 기조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세종청사 7층 위치한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간판을 유지한 채 파견 공무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2월 의과대학 2천명 증원 발표 이후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사직을 명분으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직속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복지부 세종청사에 출범시켰다.
당시 정부의 고강도 압박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집단사직이 장기화 되면서 중대본을 중수본으로 변경하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 중심의 중수본 '의사집단행동 대비 중앙비상진료대책 상황실'로 명칭을 변경했다.
명칭이 어떻든 전 정부에서 출범한 의사집단행동 중수본은 올해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과 무관하게 1년 4개월 지속 운영 중인 것이다.
근거와 협의 부재 속에 의대 증원 강행에 따른 젊은 의사들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몰고 간 전 정부 정책 기조와 현 정부 정책 기조는 분명히 다르다.
의사집단행동 중수본 폐지를 못 하는 것일까, 안 하는 걸일까.
여기에는 관료사회 원칙론이 숨어있다.
전 정부의 중대본 출범 법령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다.
재난안전법에 포함한 국민 생명과 안전 등 보건 위기 상황을 전공의 집단사직을 근거로 재난사태로 판단해 중대본을 출범시켰다.
중대본은 국무총리가 범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설치할 수 있다. 중대본 산하에 상황실을 설치해야 하며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을 운영할 수 있다.
복지부 세종청사에서 현재 가동 중인 중수본 상황실도 직제는 격하됐지만 동일한 근거와 맥락이다.
중수본 상황실에는 복지부 공무원 20여 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장관과 차관 주재 중수본 회의는 사실상 중단됐지만 법적 근거를 이유로 형식적인 운영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재난사태 사유인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복지부 장관 건의에 따른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이 중수본을 해체할 수 있다는 원칙적 논리이다.
그렇다면 전공의들이 모두 복귀할까.
여당과 새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위해 공식, 비공식 긍정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 복귀 여부는 오는 9월 인턴과 레지던트 추가모집 전형에서 판가름 난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들의 100%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공의 추가모집 합격자는 860명이며 3월 임용 대상자 1672명(전년도 승급 850명+상반기 모집 822명)을 포함하면 6월 수련 전공의는 총 2532명이다.
이는 2024년 3월 전체 전공의 수련 인원 1만 3531명과 비교해 18.7% 수준이다.
이미 사직 전공의들 중 절반 이상이 의원과 병원 봉직 의사 그리고 보건 분야 기업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을 포함한 주 80시간 근무인 고강도 수련교육 복귀 여부는 개인 의사에 달려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절반 내외 복귀를 전망하고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9월 추가모집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50~70% 복귀하면 의사집단행동 중수본은 폐지될까.
결론적으로 의사집단행동 중수본 폐지는 이재명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달려 있다.
법에 입각한 원칙론에 연연한다면 중수본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복지부 핵심 인재들이 명목상 중수본 파견 자리를 지키고, 보건복지 부서 공무원들은 과중 업무에 시달리는 비효율적 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가동 중인 중수본을 복지부 임의대로 해단시키기 어렵다. 국무총리 또는 행안부 장관의 의사집단행동 재난 상황 종료 공문이 내려와야 중수본 해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전공의 추가모집이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속전속결로 처리한 실용주의 국가 정책 기조에 반하는 전 정부의 의사집단행동 중수본 운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