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③] 희귀질환 신속등재…“치료 기회 넓혀야” vs “기업 책임·안전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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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③] 희귀질환 신속등재…“치료 기회 넓혀야” vs “기업 책임·안전장치 필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5.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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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시간은 생명" 호소…업계는 실효성 우려, 정부 "임상 유효성 검증은 유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공청회=플로어토론]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환자단체는 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후평가 과정에서 기존 치료 환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제약사의 등재 지연 책임과 고가 약가 책정 문제를 지적했고, 제약업계는 정부안이 접근성 향상보다 사후관리 강화에 치우쳐 있다며 실효성을 우려했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한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신속등재 추진방향 공청회」가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운데, 플로어토론에서는 신속등재 제도의 세부 설계 방향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환자단체는 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후평가 과정에서 기존 치료 환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제약사의 등재 지연 책임과 고가 약가 책정 문제를 지적했고, 제약업계는 정부안이 접근성 향상보다 사후관리 강화에 치우쳐 있다며 실효성을 우려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고가 전략과 등재 지연 책임도 함께 봐야"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는 먼저 시민단체가 공청회 토론 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점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신속등재 관련 제도가 발표된 지 6개월 만에 열린 공청회인데, 그동안 시민단체가 여러 의견과 개선방안을 제시했음에도 토론자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신속등재 논의에서 제약사의 책임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는 FDA나 EMA에서 허가된 뒤 한국에서 등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가장 힘든 지점"이라며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의 문제도 있겠지만, 제약회사가 한국 허가를 늦게 하거나 허가 이후에도 등재 신청을 오래 끄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희귀질환 치료제와 일부 항암제의 고가 책정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만성질환 약은 연간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희귀질환 약이나 일부 항암제는 연간 수억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허가 단계에서는 사실상 환자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을 책정한 뒤 등재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만드는 구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제약사는 연구비와 생산비가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실제 연구비와 생산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며 "적정 가격 논의를 위해 연구비와 생산비 관련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독일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독일은 우선 등재 이후 사후에 가격을 결정하면서 자유가격으로 받은 금액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제약사의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속등재 혜택만이 아니라 책임도 같이 가져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와 신속등재 제도의 관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신속등재 제도에는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두 제도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임상적 위험성 평가는 30일 안에 하겠다고 하면서 경제성 평가는 왜 그렇게 빨리 하지 못하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약제 안전성 평가 문제도 거론됐다. 그는 해외에서 안전성 이슈가 불거진 혈관염 치료제 아바코판(제품명 타브너스)이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해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에 넘겨진 ·사례를 언급하며 "허가나 평가가 부실해지는 방식으로 신속등재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간은 곧 생명"…환자단체, 기존 환자 보호도 요구

환자단체들은 신속등재 필요성을 강하게 호소했다. 한국GNE근육병환우회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일반 신약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개발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희귀질환 특성을 반영한 단계적이고 유연한 개발·심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단체는 200여명의 환자가 있고 환자가 직접 제약회사를 찾아 임상시험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며 "복지부 방향이 식약처와도 동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 관계자는 진행성 질환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듀센 근이영양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신속등재는 단순히 빨리 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아이들은 매일매일 근육이 사라지고 예방도 발생 차단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방법은 치료에 가장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제도 추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환자 보호 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단체는 2016년부터 신속등재라는 용어와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청해 왔다"며 "10년 만에 추진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평원, 공단, 복지부 설명을 보면 모두 제약회사에 협조를 구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단순 협조 요청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평가와 관련해서는 "위험분담제 등 기존 제도에서는 기존 환자 보호 대책이 포함됐지만 이번 신속등재안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자료 미제출 등을 이유로 전액 본인부담 전환이 예시로 제시됐는데 이는 회사 책임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기존 환자와 신규 환자를 구분하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접근성 강화보다 사후관리 성격이 강해졌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공청회에 기대를 갖고 왔지만 이후 느껴지는 마음은 먹먹하고 답답하다"며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한 제도여야 하는데 오늘 발표된 내용은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OECD와 비교해도 한국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이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접근성 확대인가, 관리 강화인가"…업계·정부 시각차

정재호 노바티스 전무는 플로어질의 답변에서 허가 지연 문제와 관련, "우리나라 허가가 다른 나라보다 늦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미국 다음으로, EMA보다 한국이 먼저 허가되는 사례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가 이후에도 등재 신청이 늦어지는 경우는 있다"며 "본사와 논의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봉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타브너스에 대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에 대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외국 사례와 문헌,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민 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도 타브너스와 관련, "(약평위 통과 후) 조기에 협상명령이 내려졌고, 현재는 유관기관과 (대처방안 등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독일식 모델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성과평가 급여조정안 등 대응 가능한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배은영 경상국립대 약대 교수는 접근성 지표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조민우 울산의대 교수는 "더 비싼 약을 사회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는 국민적 합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준혁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신속등재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완화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전에 진입 장벽을 일부 완화한 만큼 뒷단의 장치는 필요하다"며 "사후관리는 단순 협조 요청이 아니라 계약이나 약속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치료에서 효과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 보장도 함께 검토 중"이라며 "비용효과성 평가를 늦추는 것이지, 해당 약의 안전성이나 임상적 유효성을 생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약, 더 효과 좋은 약이 환자에게 가는 것"이라며 "숫자 목표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번 공청회 이후에도 추가 의견수렴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 과장은 "오늘 의견을 잘 들었고 이것으로 의견수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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