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필공 실 신설 등 조직 확대 기대…의료계 "현장과 괴리감 의료 정책 필패"
보건복지부가 달라졌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 국정과제 실행방안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를 의식한 단기간 성과 도출이 보건의료계 우려 속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지 주목된다.
9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지·필·공(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실 신설을 비롯해 보건의료 분야 국정과제 실행방안 상반기 성과 도출을 목표로 과제별 로드맵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국정과제는 최소 1년 이상 정권 임기와 함께 가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모습이다.
복지부 보건의료 부서와 복지 부서 모두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국정과제 이행방안 시기를 당겼다.
과거에 보지 못한 무서울 정도의 가속도이다.
우선, 건강보험 체계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의료행위 재평가와 재분류 위원회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신설했다.
단순히 의료수가 조정을 넘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의료행위와 시술 등의 급여 목록 삭제를 공식화 상반기 중 실행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의료행위 재평가 위원회 건보 체계 유지 수단…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세부방안 ‘착수’
이는 고난도와 중증 수술 행위별 상대가치점수 분리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낮은 청구 실적과 복지부 판단으로 불필요한 의료행위는 급여권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간 13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유지를 위해 의료생태계에 메스를 들이 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강 상태인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사업도 상반기를 겨냥해 실행방안을 준비 중이다.
요양병원계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이나 복지부는 간병 급여화에 필요한 세부방안을 차곡차곡 마련하고 있다. 간병 급여화 대상으로 올해 지정될 요양병원 200여곳 평가 기준과 간병인 관리 방안 등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업계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단계적 약가인하 역시 3월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과 7월 시행이라는 상반기 성과 도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제네릭 약가인하 7월 강행 기조…통합돌봄제도, 전체 의료기관 총동원 수가로 ‘유인’
특히 의사 양성 체계와 직결된 공공의대법(국립의전원법)은 상반기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여당과 복지부 협업이 공고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복지와 의료를 결합한 통합돌봄 제도는 3월 27일 전국 시행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요양병원, 재활의료기관 그리고 의원급 등을 총동원해 노인과 장애인을 중심으로 퇴원 환자의 지역사회 연계와 돌봄을 위한 수가 가산과 평가지표로 유인하는 형국이다.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 관료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복지부가 정책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한 부처 가치 창출이 숨어있다.
국정과제별 눈에 띄는 성과를 마련해야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공의료 명분의 조직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업무에 시달리는 복지부 본부 1000여명 공무원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지·필·공 실 신설 등 직제 확장과 정원 확대 결실을 맛볼 수 있다는 의미다.
변수는 현장이다.
복지부의 조급하고 성급한 행보가 보건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 국정과제는 의료현장 변화와 직결된다. 의료계 우려와 반발은 국민 보건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지역의사제 이어 공공의대 신설은 의료계 반감에 직면했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법률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2소위원회를 통과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앞둔 상태이다.
의료계는 복무지역 제한과 의무복무 15년 등 위헌적 내용에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임상실습 관련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을 규정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생에 대한 임상교육이 가능한 정도인지 검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육기관 지정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상임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공청회조차 하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않고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 차원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며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에 유감을 피력했다.
■공공의대법 상반기 국회 통과 목표…보건장학 의료인 지방복무 41% ‘불과’, 59% 장학금 ‘반환’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공통점은 지역의료 활성화 명분의 국가 장학금이다. 의무복무는 전 학기 등록금 국가 지원에 대한 반대 급부이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로 양성된 의사 인력이 의무복무 기간을 지킬까.
해답은 복지부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의거 면허 취득 후 공공보건의료 의무복무를 전제로 의대생(의전원생)과 간호대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간 의대생은 2000만원, 간호대생은 1600만원이다.
장학금을 지원받은 기간만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 기관에서 복무해야 한다.
실상은 어떨까.
2019년부터 2025년 동안 장학생 총 213명(의대생 26명, 간호대생 187명) 중 의무복무에 임하는 의료인은 88명(의사 11명, 간호사 77명)에 불과하다.
학기 중 국가 장학금을 받은 의대생과 간호대생 중 41%만 의무복무를 수행 중인 것이다.
의무복무를 포기한 의료인 59%는 규정에 따라 국가 장학금 전액을 반환했다.
장학금을 토해내더라도 지방의료원 의무복무보다 자신의 원하는 병원과 지역을 택한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의사를 틀 속에 묶어 놓고 양성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권한과 자유를 중시한 젊은 의사들이 지방의료 의무복무를 수행할지 의문이다. 의대 졸업과 면허 취득 이후 장학금을 토해 내던가, 국가 상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려 지역에 배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국회와 정부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의료현장과 호흡하지 않은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성과 중심 지불제도 개편을 포함해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와 제네릭 약가인하 등 혁신 기조에 발맞춘 다수의 보건의료 정책이 현장과 괴리감을 보이는 상황에서 복지부 속도전이 의료생태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보다 우려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